#87. 미국 지수추종 ETF VOO 장기투자자의 슬럼프에 대하여

2022. 9. 23. 14:41경제적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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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스터 부입니다.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장기투자를 하다 보면 매너리즘과 슬럼프가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적립식 매수 이외에는 적극적인 투자행위가 없기 때문인데요. 이는 투자에 신경을 덜 쓰고 일상생활에 충실할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투자라는 행위에서 얻는 즐거움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는 지루함과 외로움을 동시에 얻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이때가 특히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시기인데, 이를 잘 넘기면 절반 이상 장기투자를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단기 트레이딩 또는 레버리지 투자, 급등주와 밈주식 매매 등으로 변화를 주는 순간 사실상 장기투자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지루함과 외로움이 쌓여 찾아오는 매너리즘과 슬럼프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목표를 향해 장기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30대 중반부터 투자를 시작했는데, 제 투자목표는 "최소 50대, 많게는 평생 투자를 이어가며 복리효과의 끝을 보고싶다" 였습니다. 제 삶의 가치관 중 하나로 인생의 중간 성적표를 받는 나이를 만 50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투자뿐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만 50세까지는 중간 성적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이러한 삶의 가치관이 투자관에도 영향을 줘서 인지 자연스레 장기투자를 지향하게 됐고, 어느덧 45개월째 적립식 장기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지루함과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내성이 생겨서인지 이제는 흔들리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외로움은 이렇게 글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거나, 장기투자를 지향하시는 분들과 교류하는 것으로 큰 도움을 받았고, 지루함은 쌓여가는 계좌를 보며 얻는 성취감으로 달래주었습니다. 

 

제 기억에 첫 고비는 코로나 직전 으로 기억이 납니다. 투자한 지 1년이 조금 넘는 시점이었는데, 개별주로 큰 수익을 얻는다는 투자자 분들의 커뮤니티 인증? 글에 지수 추종 ETF 적립식 투자가 정말 좋은 투자가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부터 였습니다. 지수 추종 ETF 투자 전부터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투자가 아니고 시장수익률을 얻는 투자라는 것을 인지하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을 보고 시작했음에도 타 종목의 높은 수익률은 지수 추종 투자의 장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던 것이죠.

 

저는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부끄럽지만 제가 스스로 이겨낸것은 아니고 운이 좋게도 코로나가 발발하며 제정신을 번뜩 차리게 했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살기 위해 허우적대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고 할까요? 코로나 발발 직후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주식시장을 몸소 체험한 뒤로 지수 추종 투자를 이어가는데 필요한 멘털을 얻었습니다. 바로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교훈이죠. 투자에 있어서 무언가를 확신하는것은 그렇게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확신보다는 대응을 하는 것이 투자를 오래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비자등 개별주를 모두 정리하고 전부 VOO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년 4월부터 21년 12월까지 끝을 모르는 상승 랠리가 이어지면서 이때 두 번째 고비가 찾아옵니다. 레버리지 상품이나 특정 개별주들, 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수 추종 ETF와 너무 비교될 정도로 큰 수익이 나는 것을 보고 나름 FOMO가 왔습니다. 물론 VOO도 1년 사이에 30% 가까이 상승하며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그래도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첫 번째 고비를 넘기면서 얻은 교훈 덕분인지, 다행히 두 번째 고비는 별 탈 없이 넘겼습니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적립식 매수는 제가 고민할 틈 없이 VOO를 매수하면서 다른 투자처에 눈 돌릴 수 없게 현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고비는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고환율 킹 달러 등의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입니다. 불과 2년 만에 양적완화와 제로금리에서 양적 긴축과 4% p대의 금리인상은 투자자의 멘털을 부스러뜨리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격한 변화입니다. 장기투자자로서 10년에 걸쳐 경험해야 할 코스를 단 2~3년 만에 속성 과외받는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매일매일 경제뉴스와 애널리스트와 IB들의 리포트를 읽는 것에 개인 시간을 다 할애할 정도로 벅차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내 수준에 맞지않게 왜 이렇게 뉴스를 챙겨보고 전문가들의 리포트를 읽으며 조금이라도 따라가려 하냐 하면, 이번 위기에서 많은 것을 배워놔야 다음번 고비나 슬럼프가 왔을 때, 덜 아프고 덜 힘들게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2~3년 사이같은 일을 다시 경험하려면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시장 상황을 몸소 배워놓으려고 하는 것이죠.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공부하고, 머리 싸매고 고민하면서 세 번째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장기투자자 분들 혹은 장기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 장기투자는 너무 외롭고 지루한 나와의 싸움입니다. 나와 싸워 이기는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는 생각보다 쉬울 수 있지만, 나와 싸워 이겨본적이 드문 분들에게는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나를 감옥에 가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인생의 중간성적표를 받는 만 50세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최소한 100개월 동안 매월 적립식 투자를 하면서 습관을 만들고, 이후에는 적립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분명 만 50세에 받는 중간성적표는 수많은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에게 선물해줄 것입니다. 모두 성공적인 투자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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