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나영석 PD-

주식, 부동산, 채권 등으로 투자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체로 내 자산으로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쉽게 말해 자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입니다. 이에 대해 이전에 작성한 "돈과 맞벌이를 합시다"라는 내용의 글도 있었죠!

https://mr-voo.tistory.com/4 

 

나의 목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주식투자. 심지어 해외주식 투자였습니다. 내가 일하는 시간에 나의 돈도 일하고, 내가 잠자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나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습니다.

해외주식을 하다보니 시차로 인해 밤에 열리는 미국의 주식시장에 맞춰 생활리듬이 바뀌게 된 것이죠.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주식투자를 하며 새벽까지 뜬 눈으로 보내길 한 달째. 만성피로가 생기고 식욕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낮의 생활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돈을 굴려 수익을 얻는게 아니라 마치 저 혼자 투잡을 하는 형태였습니다. 낮에는 회사, 밤에는 전업투자자. 내가 돈을 굴리는 게 아니라 돈이 나를 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투자 전 초심은 "나의 돈을 일하게 하여 수익을 얻자! 돈의 주인이 되자!"라는 이유와 논리로 투자를 시작하였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초심이 무너지고 내가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 저를 보며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처음과 다르게 투자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많고, 그것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시간 할애에 비해 수익이 높지 않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피로도가 쌓여 건강이 나빠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투자활동을 멈추고 일상생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잠도 잘 자려고 하고, 낮의 생활에 집중하려 하고, 퇴근 후 여가시간에 틈틈이 취미처럼 뉴스와 기업보고서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는 없는지 투자자분들의 블로그와 투자일지를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찾은 답은 바로 "욕심"이었습니다. 투자를 통해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앞섰습니다. 마치 로또 대박처럼 나를 한순간에 부자로 만들어 줄 주식을 찾느라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보고서를 찾아 읽고, 주가가 떨어지면 밤잠을 못 이루고 계속 호가창을 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욕심이었습니다.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짧은 시간에 빠르게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뛰어난 트레이더이면서 운까지 따라준다면 가능하겠지만, 저는 뛰어난 트레이더도 아니고 운도 따라주지 않습니다. 어차피 돈과의 맞벌이는 평생 해야 합니다. 이 레이스는 굉장히 긴 레이스입니다. 저에게 필요한 건 이 레이스가 길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과, 이 긴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페이스 조절이었습니다.

투자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저는 제 투자성향을 확실히 알아야 했습니다. 저는 앞서 말한 것처럼 투자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나의 돈이 내가 잠자는 시간에도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에도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우량기업들을 최소화하여 집중 투자하기로 투자전략을 바꿨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지수 추종 ETF와 채권 ETF도 함께 투자하였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투자한 종목의 수가 5개 이내로 확 줄게 되자 그때부터는 제가 투자를 위해 할 일이 현저히 줄었고 건강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투자하는 종목과 기업의 수가 줄어드니 보다 더 깊이 있게 해당 기업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흔들렸던 모든 상태가 다시 이전처럼 건강하게 돌아오게 되었죠. 이 경험을 통해 투자에 대한 철학과 저만의 원칙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저는 지난 1년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의 투자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빗대어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바로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입니다.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죠. 투자가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치 절약하고 아끼는 습관처럼 투자도 자연스러운 나의 습관처럼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이 돈을 벌어올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투자습관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습관이 몸에 배어 건강한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것. 긴 레이스에서 꼭 필요한 페이스 조절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